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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왕이 15개의 성을 가지고 화씨벽과 바꾸자고 하는데 승낙해도 되겠는가?"
인상여가
대답했다.
"진나라는
강하고 조나라는 약하니 우리로서는 승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왕이
다시 물었다.
"진왕이
화씨벽을 받은 후에 약속대로 성을 조나라에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인상여가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진나라가 15개의 성과 화씨벽을 바꾸자고 하는데
조나라가 그것을 승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쪽에서 부당한 것이고,
진나라는 바로 그것을 빌미로 조나라를 공격할 것입니다. 조나라가 화씨벽을
진나라에 주었는데 진나라가 약속대로 성을 조나라에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나라쪽이 부당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진나라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화씨벽을 먼저 진나라에 준 다음 진나라에게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인상여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계속해서 말하였다.
"대왕께서
아직 적당한 인물을 선정하지 못하신 것 같으니 저를 진나라로 보내주십시오.
진나라가 정말로 성을 조나라에 준다면 화씨벽을 진나라에 두고 올 것이고,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보석을 온전하게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리하여
조 혜문왕은 인상여를 사신으로 임명하여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를
방문하게 하였다.
진
소왕은 장대(章台: 궁궐 이름. 유적지는 지금의 섬서성 서안시<西安市> 서쪽에
있음)에서 인상여를 접견하였다. 인상여는 두손으로 화씨벽을 받들어
진왕에게 바쳤다. 천하에 보기드문 진귀한 보석을 손에 넣은 진왕은
그것을 비빈과 문무대신, 시종들에게 보이면서 매우 기뻐하였으며 사람들은
모두 진왕을 축하하였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진왕은 성을 주겠다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인상여는 진왕이 성과 화씨벽을 바꿀 의향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꾀를 하나 생각해내어 진왕에게 말하였다.
"이
보석은 매우 훌륭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결함이 있으니 제가 그것을 대왕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진왕은
인상여의 말을 듣고 화씨벽을 그에게 주었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받자마자
재빨리 몇걸음 뒤로 물러나서는 몸을 기둥에 기댄채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올라 엄숙하면서도 예리하게 진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이 미옥을 원하신다는 편지를 조왕에게 보내면서 그것을 15개의 성과
바꾸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당시에 조왕은 문무대신들을 소집하여
그 일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는데, 모두들 진나라는 탐욕이 많아 자신의
세력만 믿고 거짓말을 하여 조나라의 보석을 사취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 보석을 진나라에 주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친구를 사귀는데 있어서도 서로
속이는 법이 없거늘 하물며 진나라 같은 당당한 강대국이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옥돌 하나 때문에 두 나라의 우의가
손상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왕은 저의 의견을 받아들여 5일간 재계하고
편지를 쓴 후에 저에게 이 미옥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게 하였습니다.
조왕의 태도는 그토록 공손한데도 대왕께서는 오히려 평범한 별궁에서
저를 접견하시면서 태도가 이토록 거만하십니까! 대왕께서 이 귀중한
보석을 궁녀와 시종들에게 마구 보이신 것은 분명 저를 희롱한 것일
뿐만 아니라 조나라를 존중하지 않은 처사입니다. 제가 보기에 대왕께서는
성과 화씨벽을 바꿀 마음이 없으신 것 같으니 저는 이것을 가지고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만약 대왕께서 저에게 강압을 행사하신다면, 저는 이
보석을 기둥에 대고 머리통으로 들이받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인상여는 화씨벽을 들어 기둥을 쳐다보면서 때려부술 자세를
취하였다. 화씨벽이 망가질 것을 염려한 진왕은 급히 잘못을 사과하여
인상여의 행동을 만류한 다음, 그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조나라에 주려고
하는 15개 성의 범위를 지정해주었다. 인상여는 그러한 진왕의 태도가
여전히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진왕에게 말하였다.
"이
화씨벽은 천하에 공인된 보석으로 조왕이 대단히 아끼는 것이지만, 진나라의
세력이 두려워 진왕께 바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조왕은 이 보석을
주기 전에 5일간 재계를 하고 조정에서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보석을 받으시려면 당연히 5일간 재계를 한 다음에 조정에서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십시오. 그러면 이 보석을 대왕께 바치겠습니다."
진왕은
화씨벽이 인상여의 수중에 있어서 그것을 강제로 빼앗을 수도 없었던지라
5일간 재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를 숙소로 돌려보냈다. 숙소로 돌아온
인상여는 진왕이 비록 5일간 재계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결코 성을
조나라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그는 유능한 시종을
한명 선발하여 남루한 옷을 입히고 평범한 백성으로 변장시킨 다음,
그에게 화씨벽을 가지고 밤중에 몰래 조나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진왕은
5일간의 재계를 대충 마치고 조정에 성대한 의식을 마련하였다. 양쪽에
문무대신들이 늘어선 가운데 진왕은 인상여가 보석을 바치기만 기다렸다.
인상여는 진나라 조정에서 진왕에게 예를 올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진나라는
목공(穆公) 이래로 스무 한 분의 군왕이 있었지만 신용을 중시하지 않은
분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대왕께 속아 조나라에 폐를 끼칠까
염려되어 벌써 화씨벽을 조나라로 보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이미
조나라에 도착하였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진왕은 크게 분노하였지만, 인상여는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말하였다.
"지금의
형세는 진나라가 강하고 조나라가 약합니다. 따라서 대왕께서 사자를
조나라에 보내어 화씨벽을 다시 요구하신다면 조나라는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저를 보내주시면 그 보석을 가지고 되돌아오겠습니다.
지금 진나라가 15개 성을 조나라에 내주고 화씨벽과 바꾸고자 하는데,
조나라가 어찌 진나라의 성읍을 차지하고서 대왕께 죄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대왕을 속인 죄는 천만번 죽어 마땅합니다. 저는 이미 살아서 조나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버렸으니, 지금 대왕께서는 저를 기름솥에 넣어
삶아 죽이십시오. 그리하면 제후들은 진나라가 벽옥 하나 때문에 조나라의
사신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며, 이로써 대왕의 명성도 사방에
전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진왕은
음모가 전부 밝혀진 마당에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없었던지라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나라 대신들은 인상여를 죽일 것을
건의하였지만 진왕을 그것을 가로막았다.
"지금
인상여를 죽인다면, 화씨벽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조
양국의 우의는 물론 진나라의 명예까지 훼손된다. 그러니 그를 잘 접대하였다가
적당한 때를 봐서 조나라로 돌려보내는 편이 낫겠다."
이렇게
말한 진왕은 관례대로 조정에 성대한 의식을 마련하여 인상여를 융성히
접대한 다음, 그를 공손하게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그후 진나라는 15개
성을 조나라에 주지 않았으며, 조나라도 당연히 화씨벽을 진나라에 주지
않았다. 여기에서 "빌어왔던 물건을 전부 온전히 돌려보낸다"는
의미로
"완벽(完璧)"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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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渑池)의 회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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